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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범죄의 근본적 해결인가 / 김상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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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호
댓글 0 조회 11,601 2008.05.31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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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도 부활’ 논란에 58명의 사형수는 떨고 있다

찬반 논란이 뜨겁다. 사람의 생명이 달린 일인지라, ‘사형’ 문제에 대한 양 측의 의견은 언제나 팽팽하다. 조사에 따르면 사형제를 존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국민의 57%를 차지했다. 2006년 여론조사 결과 존치가 45.1%, 폐지가 33.8% 순이었던 것에 비하면 사형제에 찬성하는 여론이 상당히 높아진 것이다. 그리고 얼마 전, 혜진 ․ 예슬이 사건이 터지자, 여론은 더욱 들끓었다. ‘피의자를 사형시켜야 한다’는 목소리였다. 이를 반영하듯, 국회에서는 “유영철은 왜 아직도 사형을 시키지 않냐”는 말까지 나왔다.
국제 엠네스티는 지난 2007년 10월 10일 ‘세계 사형제도 폐지의 날’을 맞아 우리나라를 ‘사실상 사형제도 폐지국’으로 선포했다. 이는 10년 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나라에 부여되는 타이틀로, 현재 195개국 중 134번째다. 우리나라는 김영삼 정부 이후 사형을 한 건도 집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후보들 중 유일하게 ‘사형제 폐지 유보’ 입장을 보였던 터라 또다시 사형제도에 대한 찬 ․ 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사형, 사형수 이야기
사형수들은 형이 확정된 순간부터 매일 아침 눈을 뜨며 죽음을 생각한다. 그들은 바깥세상이 돌아가는 사정에 유난히 민감하다고 한다.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불안한 시기거나 흉악범죄가 기승을 부릴 때 사형집행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최근 혜진 ․ 예슬이 사건이 터진 후, 사형수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곧 교수형을 지시할까봐 불안해하고 전전긍긍해 차마 옆에서 볼 수 없을 지경이다.사형 집행을 맡는 교도관도 적잖은 심적 고통에 빠진다. 아내의 임신이나 부모의 병환 등을 내세워 서로 미루고, 휴가를 내는 경우도 있다. 사형 집행을 맡은 교도관 중에는 양심의 가책 때문에 사표를 내거나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김영삼 정부에 들어서는 고육책으로 사형 집행 순간 교수대 바닥이 꺼지도록 하는 버튼을 여러 개 만들어 누가 실제 집행자인지 모르게 했다.
사형수를 교수대로 데려가는 일을 맡은 교도관 3명은 연출교도관이라 불린다. 이들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모든 사형수의 이름을 일일이 호출한다. 사형수 전원은 감방을 나서 교수대로 가는 길목에서 교무계장과 종교담당 교도관을 마주한다. 그 두 사람이 손을 꼭 잡는 사형수가 집행 대상이다. 집행을 면한 나머지 사형수는 자기 방으로 돌아가지만 공포감에 며칠간 식음을 전폐한다.
서울 구치소 종교위원으로 활동하며 그들이 죽어가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본 산 증인인 문장식 목사는 “사형수가 연출교도관에 의해 교수대 앞으로 끌려 들어오는 장면은 마치 소가 도살장에 들어오는 모습과 같다. 사형 집행자와 입회자가 괴로워하는 모습이나, 억울하다고 울부짖던 일부 사형수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나도 사형 집행이 끝나면 몇 달 동안 충격 때문에 인격이 마비되는 것 같은 정신적 고통을 겪으며 여러 날 몸살을 앓고, 한동안 교화의욕을 상실할 때가 많았다”고 말한다.  -시사IN 참고

인간의 변화 가능성 배제하는 가혹한 형벌

김상호 목사는 “사랑으로 감싸줄 때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형수라도 새사람으로 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사형수들이 김상호 목사에게 보낸 편지에는 ‘하나님을 알기 전에는 온갖 세상의 죄를 다 짓고 방황하며 살아온 제가 이제는 주님 앞에 회개와 속죄함 얻기를 간구하고 있습니다’, ‘살인마, 흡혈귀와 같았던 저를 하나님께서 용서해 주신다면 이곳에서 20년, 30년 수감생활 하다 60이 넘는 할배가 되어 나간다 해도 특수선교 전도인이 되고 싶은 것이 꿈 입니다’, ‘지난날 어리석게 살아왔던 길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마음속 깊이 뉘우치고 지내고 있습니다’라는 등의 참회와 반성의 흔적이 가득하다. 사형제 폐지 운동을 하는조성애 수녀는 “국민 중에는 ‘교화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형수들을 만나보면 죽이지 말자고 할 것이다. 직접 보지 않기 때문에 흉악범으로 본다”고 말했다. 애써 교화시켜 변화된 사람으로 만들어 놓으면 국가에서 사형을 집행해 버린다는 것이다.

이 억울한 죽음을 누가 보상할까
사형수들 중에는 억울하게 사형을 당하는 사례도 있다. 그 예로 철저히 조작됐던 1964년의 ‘인혁당 사건’을 들 수 있다. 이 사건은 굴욕적인 한일회담으로 인한 민심의 동요와 반정권 운동을 잠재우기 위해 정권에 의해 조작된 것으로, 실체도 없던 ‘인혁당’이란 이름 아래 청년들을 잡아들여 고문과 강압에 의한 거짓자백으로 사형을 선고해 집행한 사건이다. 이 외에도 ‘구미유학생 간첩단 사건’, ‘민족일보 조용수 사건’ 등 당시의 정치적 이유로 인해 억울한 누명을 쓰고 무수히 많은 죄 없는 젊은이들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1948년 정부수립 이후 1997년까지 사형 집행건수는 총 998명. 이들은 모두 자신의 죄의 대가를 정당히 치른 사람들일까?
사형수 윤도형. 그는 처남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언도받았으나 지속적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처남을 죽인 것은 사실이지만 계획적인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런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법정에서 ‘계획적인 살인’으로 누명을 썼다. 이에 불복해 항의하자 ‘법정모독죄’라는 죄목이 더해져 그는 사형을 언도받았고 결국 사형 당했다. 또 다른 사형수 천 아무개씨의 경우도 비슷하다. 그는 도박을 하다 개평처리문제로 말다툼 끝에 이 아무개 씨 등 3명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지만 그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살해된 4명 중 2명은 자신이 죽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현재 서울구치소에서 사형수로 복역 중이다.
사형 집행 건수 중 이렇게 미심쩍은 판결로 인해 사형을 당한 경우는 상당수를 차지한다.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되거나, 오판의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끔찍한 범죄, 원인은 따로 있어
조사에 따르면 범죄자의 대부분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어린이 대상 성범죄자의 대부분이 어린 시절 학대를 당하거나 성인이 돼서도 성적 소외를 경험한 공통점이 있었다. 어린이 대상 성폭력 범죄자 44명을 대상으로 아동·청소년기의 신체 학대 경험을 물은 결과, ‘조금 있었다’가 50.5%로 절반을 넘었으며 4.5%가 ‘매우 자주 있었다’고 응답했다. ‘성 학대 경험’에 대해서도 15.9%가 ‘있다’고 대답했으며 정서적 학대의 일종인 ‘방임’도 ‘많이 당했다’고 응답했다. 또한 이들의 가정환경을 조사한 결과, 편부모 가정에서 성장한 사람이 12명, 계모와 양부모 3명, 고아 9명 등이었다.
대전 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의 교화를 담당하고 있는 김상호 목사는 “범죄자들은 공통적으로 가난하고, 못 배웠고, 내적인 원한과 마음의 불만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범죄자를 만들어가는 사회의 책임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 중 대부분은 자신이 ‘무전유죄’ 때문에 사형수까지 됐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또한 살인율과 사형집행과 연관관계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수차례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웅혁(경찰대 행정학과)교수는 “범죄율과 관련이 없다는 연구결과도 있지만,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오히려 10년 전에 비해 범죄율이 올라갔다. 그 원인을 10년간 사형집행을 하지 않은데서 찾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범죄 발생률과 사형 집행유무의 관계는 명확치 않아 관련이 있다고도, 없다고도 쉽게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형’ 보다 효과적인 방법 찾아야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감형 없는 종신형’을 사형제의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정작 사형수들의 의견은 부정적인 편이다. 김상호 목사는 “사형수들은 ‘그렇게 평생 감옥에서 살 것을 예감한다면 우리에게 무슨 의욕과 희망이 있겠냐’고 말한다. 종신형을 구형받은 자들이 자포자기 하거나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 교도소 차원에서도 관리가 어려워 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웅혁 교수는 근원적인 해결방법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가장 효과적인 범죄대책은 복지정책”이라며 “범죄란 빈곤, 사회에서의 병리현상 등의 부산물이므로 원인을 치유해야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에 지금까지 행해오던 강력한 처벌 방법은 쉬운 방법일 수는 있으나, 근본적 원인을 치유하는 못한다. 이는 보건복지부와 형사사법기관의 상호협동을 통한 ‘복지’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청소년 범죄가 발생했다고 한다면 엄벌에 처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학교복지를 통해 예방과 해결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어떤 방법이 극악무도한 범죄를 줄이고, 우리 사회를 안전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도 명쾌한 답변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은 확실하다. 사형, 그것은 ‘범죄의 근본적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사랑으로 감싸줄 때 사람은 누구나 변할 수 있다”
- 15년째 사형수 돌보고 있는 김상호 목사(기독교 세진회 회장)

언제부터 이 일을 하게 됐고, 이 일을 하면서 생각의 변화가 있었다면
15년 전부터 사형수를 돌보는 일을 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직접 만나거나, 편지를 통해 수시로 교제하고 있으며, 사형수의 가족들도 돌보고 있다. 그들을 만나보니, 특별한 사람들이 범죄자가 되는 것이 아니더라. 실제로 만나본 그들은 아주 평범하다. 다만 마음속에 상처를 가졌을 뿐이다. 죄를 가지고 단편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형수의 현황은 어떠하며, 사형제를 존치함으로 인한 범죄예방 효과가 어느 정도 일 것이라고 생각 하는가
현재 58명의 사형수가 있고, 그 중 대전에는 8명의 사형수가 있다. 대전에 8명의 사형수 중 6명이 기독교인이다. 죽음 앞에서는 매달리게 돼 있기 때문에 사형수들은 거의 다 종교로 귀의한다. 위로, 격려, 보살펴줌으로써 바로 설 수 있게끔 도와주는 역할을 종교가 한다. 사형제가 폐지된다면 많은 재소자들이 사랑으로 회복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범죄자를 줄이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들은 사랑에 굶주려 있고, 상처 때문에 범죄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엠네스티에 사형제 폐지국가로 분류됐고, 사형제 폐지가 국제적인 흐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국민의 57%가 사형제를 존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앞서 밝혔듯이 범죄자들은 공통적으로 가난하고, 못 배웠고, 내적인 원한과 마음의 불만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다. 따라서 범죄자가 만들어지는 데에는 사회의 책임도 있는 것이다. ‘사람을 죽였으니 너도 죽어라’는 식이라면 또 다른 피해자를 낳을 뿐이다. 바로 가해자의 가족들이다. 그들의 가정은 파탄 나고, 얼굴도 못 들고 평생을 살아간다. 또한 사람은 누구나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수히 많은 변화된 사례들을 눈으로 봐 왔다.
그들을 살려두는 것은 ‘국민 세금의 낭비’라는 의견이 있는데, 이것은 사회적, 국가적 책임이라고 봐야지, 그들의 개인적인 잘못이니 ‘세금 낭비’라고 주장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 ‘더 큰 사회손실을 막는’ 측면에서 볼 때 세금낭비가 아니다. 일반 사람들은 막연하게 사형수의 수가 매우 많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현재 우리나라 사형수는 고작 58명이다. 이들도 보듬지 못하고 ‘세금 낭비니 사형시키자’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교도소에서 실시하는 ‘교화’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말이 많다. 
출소한 범죄자들의 재범률이 68%라고 한다. 교도소의 교화가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분명한 셈이다. 그러나 죄 지은 사람들을 한 곳에 모아놓는 것 자체가 범죄자를 양산한다고 생각한다. 정부 차원에서 교정 ․ 교화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전문화 하는 것이 필요한데, 단순히 구금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국민들과 사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성숙한 사회는 약자와 소외된 사람들을 배려하고 보듬는 사회다. 질타를 가하는 것 보다는 그들이 살아왔던 환경, 처지를 이해해주고 사형수의 인격 또한 존중해야 한다. 사형수까지 감쌀 수 있을 때, 비로소 따뜻한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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