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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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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호
댓글 0 조회 7,340 2006.07.16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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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역할◀
탕자의 비유(눅 15:11-32)에서 나타난 골격은 삼각구도이다. 성실하게 일하는 첫째 아들(유대인)과 재산을 탕진한 둘째 아들(이방인)과 그런 둘째 아들을 사랑으로 맞이하는 아버지(하나님 혹은 예수님)가 세 꼭짓점을 이룬다.
대체로 사람들은 이 비유를 첫째 아들의 자리는 비워둔 채, 아버지의 자리에 하나님, 둘째 아들의 자리에 자신을 포함한 죄인들을 대입시켜 읽는다. 그렇게 되면 삼각구도는 깨져버리고, 하나님의 용서와 죄인의 회개만이 부각되어 인간끼리의 용서와 사랑의 중요성이 희석되어 버린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두 아들의 아버지의 비유’가 ‘돌아온 탕자의 비유’로 뒤바꿔버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비유가 말해진 배경은 예수님께 찾아온 세리와 죄인들, 그들과 함께 밥상교제를 나누신 예수님, 그리고 그런 태도의 예수님을 비판하는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이 등장하는 삼각구도이다. 여기서 예수님은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에게 세리와 죄인들을 불쌍히 여기는 하나님의 마음을 갖도록 하려는데 있었다. 그러니까 이 비유의 핵심은 돌아온 탕자의 회개에 있기보다는 오히려 아버지의 사랑과 관용의 정신에 있다. 죄인의 친구가 되신 예수님의 사건, 곧 회개하고, 사랑하고 관용하는 사건이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야할 것을 교훈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비유의 주인공은 탕자가 아니라, 아버지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실패하고 상처받고 돌아온 둘째 아들을 아무런 조건 없이 맞아들이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에게 얼굴을 붉히며 강하게 항의하는 첫째 아들에게 '내 것이 다 네 것인데 뭘 그러니' 하시면서 너그럽게 감싸는 아버지, 두 아들 가운데 어느 한편도 배척치 않으시고 다 포용하여 아름다운 삼각구도를 이루시는 아버지, 이 아버지의 정신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갖춰야할 정신인 것이다. 물론 돌아온 탕자처럼 회개하고 돌이킬 줄 아는 자들이 되어야겠지만, 그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첫째 아들의 역할을 버리고 아버지의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이 아버지의 역할이 바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수행해야할 역할인 것이다. 그러나 이 역할이 이 비유에 대한 오해로 인해서 오랫동안 잃어버린 역할이 되었던 것이다. 첫째 아들처럼 이미 믿고 구원받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아버지의 마음을 품고 돌아온 탕자들을 진심으로 포용하고 관용하며 사랑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가 해야 할 역할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무엇보다도 먼저 회개하고 하나님께 돌아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언제까지나 죄짓고 회개하고 돌아오는 역할에다 평생을 바칠 수만은 없지 않는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아버지의 역할을 잘 수행해낼 때 가정에서 혹은 교회에서 혹은 공동체에서 발생되는 모든 분열과 분쟁을 잘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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